
트루 로맨스 줄거리
‘트루 로맨스’는 제목처럼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그 속에는 거칠고 폭력적인 범죄 세계가 겹겹이 얽혀 있다. 영화는 디트로이트의 만화 가게 직원이자 엘비스 프레슬리를 숭배하는 남자 ‘클라렌스(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콜걸 ‘알라바마(패트리샤 아퀘트)’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며 시작된다. 단 하루 만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 사랑의 시작이 순수했던 만큼 이어지는 여정은 치명적이다. 클라렌스는 알라바마가 과거에 얽혀 있던 포주 ‘드렉셀(게리 올드만)’에게서 그녀를 완전히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그와 맞서 싸우고, 우연히 대량의 마약 가방을 손에 넣게 된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지만, 그들의 뒤를 마약 조직, 경찰, 갱단이 추격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마치 ‘사랑과 전쟁’처럼, 두 사람의 사랑이 현실의 잔혹함에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그리지만, 그 중심에는 오직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이 있다. 클라렌스와 알라바마는 도망자이지만 동시에 사랑의 투사처럼 보인다. 그들의 여정은 거침없고 위험천만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 극단적인 대비가 ‘트루 로맨스’를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감성적인 로드 무비로 만들어 준다.
OST와 출연진
‘트루 로맨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바로 OST다. 영화의 주제곡인 ‘You’re So Cool’ (한스 짐머 작곡)는 잔잔한 실로폰 선율로 시작해, 극 중 피튀기는 장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마치 동화 같은 음악이지만, 그 음악이 깔리는 장면은 총격전이나 폭력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 음악은 알라바마와 클라렌스의 사랑을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내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직접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곡 하나만 들어도 영화의 감성과 긴장감이 느껴질 만큼 상징적인 OST다. 출연진 또한 압도적이다. 크리스찬 슬레이터는 이 영화에서 유약하면서도 충동적인 클라렌스를 완벽히 소화했고, 패트리샤 아퀘트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알라바마 역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전환점을 남겼다. 조연진은 거의 할리우드 드림팀 수준이다. 게리 올드만은 마약 중독 포주로 소름 끼치는 연기를 펼치고, 데니스 호퍼와 크리스토퍼 워컨은 마피아와 경찰의 양면을 대변하는 강렬한 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워컨과 호퍼의 맞대결 장면은 지금까지도 영화사에서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다. 여기에 브래드 피트, 사무엘 L. 잭슨, 발 킬머까지 짧지만 인상 깊은 역할로 등장하며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썼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그의 초기 작품답게 날카로운 대사, 블랙 유머, 폭력적인 미장센이 모두 살아있다.
트루 로맨스 총평
‘트루 로맨스’는 겉으로 보기엔 총격전과 마약, 갱단의 세계를 다룬 하드한 범죄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랑’이라는 단순하고도 순수한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사랑이 얼마나 멋지고도 무모한지를 보여주며, 끝까지 관객을 붙잡는다. 특히 알라바마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보호받는 여성이 아니라,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싸울 줄 아는 강한 주체로 그려지며 많은 이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트루 로맨스’는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범죄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리듬감, 캐릭터들의 대사, OST, 그리고 마지막 총격전의 긴장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특히 삶이 엉망처럼 느껴지는 날, 이 영화를 보면 ‘사랑 하나만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결국 이 영화가 오랜 시간 명작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사람을 변화시키고, 지킬 수 있는 힘이 되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거칠고 폭력적인 외피 안에 진짜 ‘로맨스’가 존재하는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진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트루 로맨스’를 좋아했다면, 비슷한 톤의 범죄 로맨스를 찾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내추럴 본 킬러스(Natural Born Killers)’다. 이 영화 역시 타란티노가 각본에 참여했으며, 사랑에 빠진 커플이 범죄의 길을 선택하면서 세상을 뒤흔드는 이야기다. 현실감보다는 환상적이고 과장된 연출이 많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결합은 ‘트루 로맨스’와 유사한 정서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추천작은 ‘본 키스(1993)’. 청춘의 반항과 사랑, 그리고 범죄가 얽힌 영화로 ‘트루 로맨스’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감성으로 다가온다. ‘레옹(Leon: The Professional)’도 빼놓을 수 없다. 나탈리 포트만과 장 르노가 보여주는 비틀린 사랑과 보호 본능은 ‘트루 로맨스’처럼 상처받은 이들의 연대와 순수한 감정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최근작으로는 ‘베이비 드라이버(Baby Driver)’ 역시 추천할 만하다. 음악, 사랑, 범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영화는 감각적인 편집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트루 로맨스’ 팬들에게도 강한 만족을 줄 것이다. 이처럼 ‘범죄와 사랑’이라는 테마는 시대와 관계없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