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아리에티 줄거리 결말 포함, OST, 소인의 아름다운 모험기

마루 밑 아리에티 영화 포스터

 

마루밑 아리에티 줄거리 결말 포함

〈마루밑 아리에티〉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2010년에 개봉한 작품입니다. 원작은 영국의 소설가 메리 노튼의 『빌려쓰는 사람들(The Borrowers)』 시리즈이며, 지브리만의 감성과 섬세한 자연 묘사, 그리고 인간과의 교감이라는 주제를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소인족 소녀, 아리에티입니다. 아리에티는 가족과 함께 오래된 시골집의 마루 밑에서 조용히 살아갑니다. 인간에게 들키면 더 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다는 규칙이 있지만, 호기심 많은 아리에티는 어느 날 인간 소년 쇼우와 마주치게 됩니다. 쇼우는 심장병을 앓고 있어 요양을 위해 이 시골집에 오게 된 소년인데, 그의 내면은 건강하지 못한 몸과 달리 따뜻하고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리에티는 처음에는 그를 경계하지만, 점점 마음을 열게 되며 소인과 인간 사이에 특별한 우정이 싹트게 됩니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은 곧 마루 밑 소인족에게 위기를 불러옵니다. 집안일을 도우는 하라 씨가 소인의 존재를 눈치채고는 그들을 잡으려 하고, 결국 아리에티 가족은 지금까지 살아온 공간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떠나기 전날, 쇼우는 아리에티에게 티백과 설탕을 넣은 주전자 뚜껑을 선물하며 이별 인사를 건넵니다. 아리에티는 작지만 강한 존재로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작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

〈마루밑 아리에티〉를 감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영화 전반에 깔린 음악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지브리 영화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프랑스 출신의 음악가 세실 코르벨(Cécile Corbel)이 OST를 담당했는데, 그녀의 하프 연주와 유럽 민속풍의 선율은 마치 요정이 숲속에서 속삭이는 듯한 환상을 안겨줍니다. 특히 메인 테마곡인 “Arrietty’s Song”은 잔잔한 듯하면서도 서정적인 감정을 깊이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연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실제로 내가 소인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작은 물방울이 어떻게 컵처럼 보이고, 티백 하나가 얼마나 큰 선물처럼 다가올 수 있는지를 아리에티의 시선으로 경험하는 것이 참 새로웠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일상적인 공간이 소인족에게는 얼마나 거대하고 낯선 세계로 느껴질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매우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소인족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잊고 지내는 자연과의 공존 방식에 대해 조용한 메시지를 던지는 듯 느껴졌습니다. 아리에티가 “인간은 너무 많이 가져가”라고 말하던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단지 작은 소녀의 투정이 아니라, 우리의 소비와 탐욕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처럼 느껴져서 한동안 여운이 남았어요. 아리에티와 쇼우의 만남은 단지 우정이 아닌, 서로 다른 존재들이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해 가는 ‘작은 연대’였다는 점에서 더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총평

〈마루밑 아리에티〉의 결말은 어떤 큰 사건이 마무리되거나 모두가 행복하게 모여 앉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작별과 이별의 감정을 조용히 담아냅니다. 아리에티는 쇼우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자신의 가족과 함께 새로운 장소로 떠납니다. 쇼우는 아리에티에게 "넌 내게 살아갈 힘을 줬어"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의 삶에 의미를 준 그녀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 장면은 정말로 조용하지만 깊은 감정선을 따라 흘러가며, 저 역시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대학 시절 기말고사 기간 직후였어요. 지쳐 있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지브리 영화를 하나 골랐고, 그렇게 본 아리에티는 제 예상보다 훨씬 묵직한 감정의 결을 안겨줬습니다. 어쩌면 그 시기 제 모습도 아리에티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되기엔 어정쩡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자신이 없는 시기였기에, 아리에티의 작지만 용감한 모습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던 것이죠. 특히 영화가 전달하는 ‘작은 존재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는 지금도 제게 큰 위로이자 동기부여가 됩니다. 누군가에겐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선택과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진실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이 영화는, 화려하지 않아도 진심이 담긴 예술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