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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줄거리 스포 포함, 해석, OST 관람평

appmoko 2025. 4. 28. 07:00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유바바 마녀와 치히로 센

줄거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평범한 소녀 ‘치히로’가 신비로운 세계에 들어가 부모를 구하고, 자신을 되찾는 모험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던 도중, 길을 잘못 들어 폐허처럼 보이는 터널을 지나 이상한 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인간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신과 영혼들이 머무는 곳으로, 치히로의 부모는 음식 욕심을 부리다 돼지로 변해버립니다. 충격에 빠진 치히로는 현실과 완전히 단절된 세계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녀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바바라는 마녀가 운영하는 거대한 온천 목욕탕에서 일하게 되며, 그 대가로 자신의 이름을 ‘센’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름을 빼앗기는 순간, 본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게 되며, 유바바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는 구조입니다. 치히로는 다양한 영혼들과 손님을 상대하며 점점 강해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세계에 적응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소년 하쿠는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사실 그는 강의 정령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라는 존재였지만 자신의 이름을 잊고 유바바의 하수인이 되어 있던 상태였습니다. 치히로는 하쿠를 도우며 그의 진짜 이름을 기억해내고, 유바바의 쌍둥이 자매 제니바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자신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가오나시와의 일화, 거대한 더러운 손님(실은 강의 신) 정화 사건 등을 겪으며, 치히로는 순수함과 용기로 신들의 세계에서도 신뢰를 얻습니다. 마지막에는 유바바의 마지막 시험을 통과해 돼지가 된 부모를 알아보게 되고, 드디어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신들의 세계에서의 경험은 짧았지만, 그 사이 치히로는 어리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지켜낸 진정한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환상 너머의 현실, 이름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은유

이 영화를 단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다면, 다시 한 번 보길 권하고 싶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환상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주제는 놀라울 만큼 현실적이다. 유바바가 사람의 이름을 빼앗아 조종하는 설정은, 사회에 길들여져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나 역시 학창 시절, 혹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나도 모르게 내 '이름'을, 나다움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말한다. “진짜 나를 잃지 말 것, 이름을 기억할 것.” 또한 인상 깊었던 캐릭터 중 하나는 ‘가오나시’였다. 그는 처음에는 조용하고 외로운 존재였지만, 탐욕과 외부 자극에 의해 점점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 모습은 타인의 인정과 욕망에 휘둘리다 보면 본질을 잃어가는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치히로는 그런 가오나시에게도 자비와 위로를 베풀고, 결국 그를 구원한다. 이 장면을 보며, 나 자신이 혹은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가오나시처럼 외롭고 불안정한 존재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처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어른들을 위한 거울 같은 작품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 성장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 혼란, 그리고 순수함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애니메이션이 주는 감성적인 울림 너머, 삶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감상 이상이었다.

음악과 영상미가 완성한 감성의 걸작 – OST와 관람 후 느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이야기할 때, OST를 빼놓을 수 없다. 음악 감독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배경 음악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피아노 선율이 중심이 된 'One Summer's Day'는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도 울컥하는 감정을 자아낸다. 실제로 나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영화 속 장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치히로가 기차를 타고 하쿠를 구하러 가는 장면은, 대사 하나 없이 음악과 풍경만으로도 엄청난 몰입감을 안겨주었다. 영상미 또한 압도적이다.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정점이라 불릴 만큼, 각 장면은 그림 한 장 한 장이 정성스럽게 그려졌다. 증기 가득한 목욕탕, 신비한 동물과 괴물, 밤하늘의 기차길… 모든 장면이 환상과 몽환의 경계에서 꿈같은 느낌을 준다. 지브리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함께, 치밀한 설정 덕분에 이 영화는 시청 내내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만든다. 나는 이 영화를 영화관이 아닌 TV로 처음 봤지만, 오히려 집중력 있게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혼자서, 조용한 밤에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치히로가 겪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용기를 내는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이 세계에 함께 들어간 기분이었다. 특히 ‘치히로’라는 인물이 성장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나 자신의 어떤 과거와도 맞닿아 있었고,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총평 –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따뜻한 여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히 한 소녀의 모험이 아닌, 우리 모두가 겪는 내면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나에게 ‘애니메이션도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작품이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 작품 속 치히로처럼 나도 때때로 현실이라는 이름의 숲속에서 길을 잃고, 나를 잃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한다. “진짜 너의 이름을 기억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OST는 감정을 증폭시키는 마법 같은 역할을 하며, 영상은 애니메이션의 예술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이렇게도 따뜻하고 세밀하게 풀어낸 작품은 흔치 않다.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피어나는 이 영화는, 어쩌면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어린 시절 처음 봤을 땐 치히로의 용기가 멋졌고, 성인이 된 지금은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이 아프게 다가온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한 환상이 아닌, 잊고 있던 내 마음속 풍경을 꺼내주는 소중한 열쇠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보기를, 이미 봤다면 다시 한 번 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